시즌2. 6편 씨앗이 하나씩 돋아 나선이 되기까지

2026. 9. 2. 09:06ㆍ나도 모르게 수학을 한다.

연재 「당신도 모르는 수학 이야기 ― 주변의 수학」

마지막에 튜링이 붙잡은 것

앨런 튜링(Alan Turing)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를 풀어 낸 사람이에요. 컴퓨터라는 기계의 뼈대를 세운 사람이기도 하지요. 그런 튜링이 말년에 붙잡은 것은 뜻밖에도 솔방울과 해바라기였습니다. 튜링은 1952년에 생물의 형태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다룬 논문을 썼고, 그 뒤로 식물의 나선을 파고들었어요. 그는 한 편지에 "솔방울에 피보나치 수가 왜 나오는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튜링은 이 문제를 손이 아니라 기계로 풀려 했어요. 초창기 컴퓨터인 맨체스터 마크 1로 나선을 계산한 것이지요. 그런데 튜링은 1954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그 계산을 끝맺지 못했습니다. 암호를 풀던 사람이 마지막까지 매달린 것이 솔방울이라니, 저는 그 대목이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대체 솔방울의 무엇이 그를 붙잡았을까요?

솔방울에는 두 방향이 함께 있어요

튜링이 세던 것을 우리도 손에 쥐고 세어 봅니다. 솔방울을 밑에서 위로 세우면, 비늘이 비스듬히 줄을 이루며 감아 올라가는 게 보여요. 그 줄은 한 방향이 아니에요. 오른쪽으로 감기는 줄이 있고 왼쪽으로 감기는 줄이 따로 있어서, 두 방향이 한 몸에 겹쳐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감기는 줄을 세면 솔방울에 따라 여덟 줄이나 다섯 줄이 나와요. 왼쪽으로 감기는 줄을 세면, 앞이 여덟이었을 때 열세 줄, 앞이 다섯이었을 때 여덟 줄이 나오지요. 해바라기로 가면 수가 커져서, 한 방향 스물한 줄에 다른 방향 서른네 줄이 흔합니다. 우리가 센 수를 늘어놓아 볼게요.

1, 1, 2, 3, 5, 8, 13, 21, 34, 55 …

앞의 두 수를 더하면 다음 수가 나옵니다. 1 더하기 1은 2, 2 더하기 3은 5, 이렇게 이어지는 이 줄이 피보나치 수열이에요. 솔방울에서 센 여덟과 열셋, 해바라기에서 센 스물하나와 서른넷이 모두 이 수열에서 이웃한 두 수입니다. 튜링이 붙잡힌 것이 바로 이 우연 같지 않은 일치였어요.

씨앗이 하나씩 돋아 나선이 되기까지

해바라기 씨앗은 처음부터 흩뿌려져 있지 않아요. 한가운데 자라는 끝에서 하나씩 돋고, 자라면서 바깥으로 밀려납니다. 새 씨앗이 앞 씨앗에서 얼마씩 돌아간 자리에 돋는지, 그 각을 아래에서 바꿔 보세요.

놓인 씨앗 0개
돌아가는 각 137.5°
90° 120° 137.5° 144°
씨앗을 충분히 돋운 뒤, 두 단추로 각 방향의 줄을 세어 보세요.
우리가 센 두 수를 피보나치 수열에 놓아 봅니다.

실제 식물에서는 새 씨앗이 앞 씨앗들이 덜 붐비는 자리에 돋고, 자라며 바깥으로 밀려납니다. 이 밀고 밀림이 되풀이되면 각이 137.5도 언저리에 앉는데, 이 각이 씨앗을 같은 줄에 되풀이해 얹지 않는 유일한 각이기 때문이에요. 두다디(Stéphane Douady)와 쿠데(Yves Couder)는 1992년에 자기장을 건 접시에 기름방울을 떨어뜨려 이 배열을 실제로 재현했습니다.

잎이 나는 차례에도 같은 수가 있어요

같은 수는 나선에만 있지 않아요. 줄기에 잎이 나는 차례에도 숨어 있습니다. 맨 아래 잎에서 시작해 위로 올라가면, 우리는 몇 장 만에 처음 잎과 같은 방향에 놓인 잎을 다시 만나요. 그동안 줄기를 몇 바퀴 돌았는지도 셀 수 있고요. 우리는 이 두 수를 분수로 적습니다. 세 장 만에 한 바퀴면 13, 다섯 장 만에 두 바퀴면 25, 여덟 장 만에 세 바퀴면 38이지요. 잎이 겹칠 때까지의 이 차례를 잎차례라고 해요. 분모를 보면 3, 5, 8, 여기에도 피보나치 수가 앉아 있습니다.

이 분수에 360도를 곱하면 잎과 잎 사이의 각도가 나와요.

13× 360° = 120°
25× 360° = 144°
38× 360° = 135°
513× 360° ≈ 138.5°

이 값이 한 자리로 좁혀지는 게 보이시나요? 120도에서 144도, 135도, 138도로 폭이 점점 줄며 약 137.5도로 다가가요. 이웃한 피보나치 수를 큰 것으로 작은 것을 나눠 보면 그 비가 황금비 φ에 다가갑니다.

138= 1.625
2113≈ 1.615
3421≈ 1.619
→  φ ≈ 1.618

원 한 바퀴 360도를 황금비로 나누면 작은 쪽 각이 바로 137.5도가 됩니다.

360°φ²≈ 137.5°
( φ² = φ + 1 )

왜 하필 137.5도일까요?

각도가 하고많은데 씨앗이 하필 그 각마다 하나씩 돋는 까닭이 있어요. 각을 180도로 잡아 봅시다. 첫 씨앗과 둘째 씨앗이 정반대에 놓이고, 셋째 씨앗은 첫 씨앗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러면 씨앗은 두 줄에만 쌓이고 가운데가 텅 비어요. 120도로 잡으면 씨앗이 세 줄 바큇살로만 뻗고 그 사이가 빕니다. 분수로 적히는 각은 모두 이렇게 몇 바퀴 만에 제자리로 돌아와서, 줄과 줄 사이에 넓은 빈틈을 남기지요.

137.5도는 그러지 않아요. 이 각은 어떤 분수로도 딱 떨어지지 않는 무리수라, 씨앗이 몇 바퀴를 돌아도 앞선 씨앗과 같은 자리에 놓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황금비는 어떤 간단한 분수와도 가장 먼 수라서, 씨앗이 어느 한 줄에도 좀처럼 얹히지 않아요. 그래서 새 씨앗은 늘 덜 붐비는 자리에 돋고, 자라며 바깥으로 밀려나요. 이 밀고 밀림이 되풀이되면 빈틈이 사라지고 씨앗이 고루 들어찹니다. 두 방향의 나선은 이렇게 채워진 씨앗이 눈에 드러난 모습이고요.

씨앗이 137.5도를 미리 알고 놓이는 것은 아니에요. 프랑스의 두 학자 스테판 두다디(Stéphane Douady)와 이브 쿠데(Yves Couder)는 1992년에 자기장을 건 접시에 기름방울을 떨어뜨렸는데, 방울들이 서로 밀치다 스스로 이 배열을 이루었습니다. 튜링이 컴퓨터로 뒤쫓던 까닭이, 접시 위 방울에서 드러난 셈이에요.

당신이 식물이라면, 다음 잎을 어디에 둘까?

잎은 줄기를 돌아가며 하나씩 납니다. 새 잎이 앞 잎에서 얼마씩 돌아간 자리에 날지, 그 각을 정하는 사람이 당신이에요. 위에서 내려다본 그림입니다. 잎이 다른 잎 바로 위에 겹치면 아래 잎이 그늘에 들어가요. 잎이 계속 나도 아무 잎도 가리지 않는 각을 찾아보세요.

잎 0장
돌아가는 각 137.5°
90° 120° 144° 162° 137.5°

137.5도가 그런 각이에요. 어떤 분수로도 딱 떨어지지 않아, 잎이 아무리 나도 앞 잎 바로 위에 오지 않거든요. 흔히 "햇빛을 더 받으려고 이 각을 쓴다"고 하지만, 여러 각이 빛을 받는 데 엇비슷하다는 연구도 있어요(스트라우스 등, 2020). 그러니 이 각이 잎을 가장 고르게 퍼뜨리는 것은 맞지만, 빛 때문이라는 설명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에요.

튜링의 해바라기

튜링이 남긴 물음은 오래 열려 있었어요. 그러다 2012년, 튜링이 태어난 지 백 년이 되던 해에 영국 맨체스터에서 재미난 실험이 열렸습니다. 세계 곳곳의 보통 사람들이 저마다 해바라기를 길러, 다 자란 씨앗머리의 나선을 세어 보내는 실험이었어요. "튜링의 해바라기"라 불린 이 실험에 해바라기 657송이가 모여, 이런 종류로는 가장 큰 조사가 되었습니다. 결과는 2016년에 왕립학회 학술지 『오픈 사이언스』에 실렸는데(조너선 스윈턴과 에린마 오추), 대부분의 해바라기가 피보나치 수를 따랐어요.

그런데 여기에 뜻밖의 대목이 있습니다. 다섯에 하나쯤은 피보나치 수를 따르지 않았어요. 나선 수가 피보나치가 아닌 다른 수로 나온 해바라기가 적지 않았던 것이지요. 저는 이 어긋남이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씨앗은 마법의 수를 지키려고 그 자리에 놓이는 게 아니거든요. 밀려서 채워지다 보면 대개 피보나치 수에 이르지만, 밀리는 형편이 조금 달라지면 다른 수로 가기도 해요. 규칙을 앞세워 그린 그림이 아니라, 밀고 밀리다 남은 자국인 셈이지요.

다음에 산길에서 솔방울을 보시거든 하나 주워, 오른쪽 나선과 왼쪽 나선을 세어 보세요. 파인애플 껍질에서도, 해바라기 씨앗에서도 같은 수가 나옵니다. 대개는 피보나치 수의 이웃이 나오겠지만, 어쩌면 규칙을 살짝 벗어난 하나를 만날지도 몰라요. 그런 하나를 만나면, 튜링이 끝내 세지 못한 해바라기를 당신이 대신 센 셈입니다.

내기 — 두 방향 줄은 늘 피보나치 이웃일까?

해바라기나 솔방울처럼 씨앗이 촘촘히 박힌 둥근 면을 씨앗머리라고 해요. 산길에서 아무거나 하나 주웠다고 해 봅시다. 두 방향으로 감긴 줄을 세면, 그 두 수가 피보나치 수열에서 이웃한 두 수라고들 합니다. 정말 늘 그럴까요? 아래에서 여러 개를 뽑아 세어 보며, 규칙을 깨는 하나를 찾아보세요.

  1. 「새 씨앗머리 뽑기」를 누르면 씨앗머리가 하나 나타나요. 산길에서 하나 줍는 셈이지요.
  2. 그 위에서 「한 방향 줄 세기」와 「다른 방향 줄 세기」를 눌러 두 방향 줄이 각각 몇 개인지 봅니다.
  3. 두 수가 피보나치 이웃인지 알려 줄게요. 여러 번 뽑아 규칙을 깨는 하나를 찾아보세요.
「새 씨앗머리 뽑기」를 눌러 하나 뽑아 보세요.
뽑은 씨앗머리 0개 · 규칙을 깬 것 0개

튜링의 해바라기 실험(2016년 발표)에서 해바라기 657송이를 세어 보니, 대부분은 피보나치 수를 따랐지만 다섯에 하나쯤은 그러지 않았어요. 여기서 규칙을 깨는 씨앗머리는 루카스 수(1, 3, 4, 7, 11, 18…)를 따르는 것으로, 발산각이 약 99.5도예요. 자연에는 이런 머리가 드물게 섞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