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8. 02:36ㆍ나도 모르게 수학을 한다.
연재 「당신도 모르는 수학 이야기 ― 주변의 수학」









앵무조개는 왜 그 집을 골랐을까?
앵무조개는 자라면서 뒤쪽 방을 막고 더 큰 방을 새로 만듭니다. 갓 깨어났을 때 일고여덟 칸이던 것이 다 자라면 서른 칸이 돼요. 맨 바깥 방에만 몸이 살고, 나머지 방은 물과 기체를 채워 뜨고 가라앉는 데 씁니다. 그렇다면 더 빨리 커지는 집이 더 좋을까요? 아래에서 커지는 빠르기를 바꿔 방을 지어 보세요.
앵무조개의 방은 집이면서 부력 장치입니다. 시펀클(연실세관)이라는 관이 방마다 이어져 물과 기체의 비를 바꾸는데, 잠수함이 탱크에 물을 넣고 빼는 것과 같아요. 방이 많을수록 조절이 촘촘해집니다. 껍데기는 탄산칼슘으로 짓는 것이라 크게 지을수록 재료와 힘이 더 들고요. 그러니 자라도 모양이 안 변하는 것(등각나선)은 꼭 필요하지만, 빨리 커지는 것은 유리하지 않습니다. 앵무조개가 고른 것은 '모양 유지'라는 조건이었고, 그 빠르기는 제 몸과 살림에 맞춘 값이지 어떤 특별한 수를 향한 것이 아니었어요.







앵무조개 껍데기는 황금 나선일까?
앵무조개는 자라면서 뒤쪽 방을 막고 더 큰 방을 새로 만듭니다. 그렇게 방이 하나씩 붙어 나선이 되지요. 황금 나선도 같은 식으로 자라요. 아래에서 방을 하나씩 붙여 보며, 두 나선이 얼마나 다르게 부푸는지 견주어 보세요.
두 곡선 모두 감으면서 일정한 비율로 커지는 등각나선입니다. 다만 부푸는 빠르기가 달라요. 1999년 클레멘트 팔보(Clement Falbo)가 캘리포니아 과학원 표본을 재어 앵무조개가 황금 나선이 아님을 지적했고, 스미스소니언 소장 앵무조개 80개를 잰 연구에서도 껍데기를 감싸는 직사각형의 평균 가로세로 비가 1.31로 1.618과 달랐습니다. 등각나선이라는 큰 집안에 두 곡선이 함께 들어 있을 뿐이지요.





마다한 거란다
"할머니, 그럼 우리 조개는 황금 집을 못 지은 거예요?"
"마다한 거지."
"마다한 거요?"
"못 지은 거하고 안 지은 거는 다르잖니. 그 집은 저 아이한테 안 맞는 집이었어. 방도 몇 개 못 만들고, 이고 다닐 수도 없고."
"할머니, 그런데 마다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는 뜻 아니에요? 조개가 그걸 알았을까요?"
"알기야 했겠니. 그냥 제 몸에 맞게 지었을 뿐이지."
"그럼 마다한 게 아니잖아요."
"그러네. 그럼 이렇게 말하자. 애초에 탐낼 일이 없었다고."
"...그게 더 멋있어요."
"그러니까 나쁜 집이 아니라..."
"제 몸에 맞는 집이지."
"할머니, 조개는 얼마나 오래 살았어요?"
"5억 년쯤 됐단다. 큰 멸종이 다섯 번 있었는데 그걸 다 지나왔어."
"멸종이 뭐예요?"
"바다에 살던 것들이 거의 다 사라진 일이지. 그때마다 저 아이는 살아남았어."
"우와. 어떻게요?"
"글쎄다. 깊은 물에 살아서였을 수도 있고, 아껴 먹고 오래 견디는 몸이라서였을 수도 있고. 확실한 건 모른단다."
"할머니도 모르는 게 있어요?"
"많지. 그래도 이건 알아. 그동안 저 아이가 지킨 건 예쁜 수가 아니었어. 뜨고 가라앉는 일, 안 기우는 일, 헤엄치는 일. 그런 것들이지."
아이가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물었습니다.
"할머니, 그럼 이 방들은 예쁘려고 만든 게 아니네요?"
"그럼. 살려고 만든 거지."
"...그런데 예뻐요."
"그렇지. 그게 참 이상한 일이야."
"할머니는 왜 이상하다고 해요?"
"예쁘라고 만든 것도 아닌데 예쁘니까 그렇지. 네 아빠가 어릴 때 신던 신발도 그랬어. 뒤축이 한쪽만 닳아서 삐뚜름했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 예뻐 보이더라."
"왜요?"
"많이 걸어 다녔다는 뜻이니까."
아이가 잠깐 말이 없다가 물었습니다.
"할머니, 그럼 예쁜 건 나중에 오는 거예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니."
"조개도 살려고 지었는데 나중에 예뻐진 거고, 아빠 신발도 많이 걸어서 나중에 예뻐진 거잖아요."
"그러네. 할머니가 배웠다."
비가 그쳐 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사진을 도로 책장에 꽂아 두었습니다. 꽂아 놓고 한 번 더 돌아보았어요.
"할머니, 다음에 바다 가면 조개껍데기 주워도 돼요?"
"주워야지. 주워서 방을 세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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